쪽풀은 한 번에 색이 되지 않습니다. 잎을 따고, 불려서, 발효시키고, 공기에 닿아 산화되어야 비로소 청색이 됩니다. 서촌 재래시장에서 구한 쪽풀로 SOL의 청색을 우려내기까지, 나흘이 걸렸습니다.
서촌을 고른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한약방과 염색집이 아직 남아 있어, 마른 쪽풀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량이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 SOL에 쓰일 청색은 한 색면의 넓이로, 손바닥 두 개 분량이면 충분했습니다.
첫날, 잎을 따다
마른 쪽풀을 물에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잎이 다시 부드러워지는 데 하룻밤이 필요했습니다. 불려진 잎을 손으로 비비면, 처음에는 녹색이 우러나왔습니다. 청색은 아직이었습니다. 이때 실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 쪽의 청색은 산화의 결과이지, 비비는 즉시 나오는 색이 아닙니다.
쪽의 청색은, 잎을 비비는 순간이 아니라 공기를 만나는 순간에 나타난다.
이틀째, 발효와 산화
우러난 녹색 물을 체로 걸러, 그릇에 담아 두었습니다. 공기와 닿는 면적을 넓히기 위해 얕은 그릇을 썼습니다. 하룻밤이 지나자, 물의 표면부터 조금씩 청색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잎을 한 번 더 비벼 더 우러내고, 다시 기다렸습니다.
쪽의 색은 기다림의 색이다. 서두르면 녹색이 되고, 기다리면 청색이 된다.
사흘째, 안료로 고정하다
우려낸 청색 액체만으로는 그림에 쓸 수 없습니다. 안료로 고정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액체에 백토(카올린)를 섞어 색을 입히고, 다시 말려 갈았습니다. 이렇게 하면 쪽의 투명한 청색을, 붓으로 올릴 수 있는 안료로 바꿀 수 있습니다.
완성된 청색 안료는 SOL의 한 색면 — 그림의 위쪽, 빛이 가장 얕게 닿는 자리에 쓰였습니다. 투명해서 아래의 바탕색이 비치고, 그래서 다른 어떤 안료보다 ‘빛’에 가까운 색이 되었습니다.
화실의 다른 기록.
SOL을 만드는 동안 적은 다른 기록도 함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