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는 흙이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닙니다. 같은 ‘황토’라는 이름 아래에, 바탕색으로 쓰기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이 나뉩니다. 북한산 기슭에서 SOL의 바탕색으로 쓸 황토를 찾기까지, 사흘이 걸렸습니다.
처음 주운 흙은 말리면 회백으로 변했습니다. 젖었을 때는 충분히 노랗게 보였지만, 수분이 빠지자 색이 앉지 않았습니다. 점토가 많고 산화철이 적은 흙이었습니다. 화실에 가져와 갈아 보았지만, 캔버스에 올렸을 때 색이라기보다 먼지에 가까웠습니다.
이틀을 더 걸어 정리한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젖었을 때와 말랐을 때의 색 차이가 작을 것. 둘째, 손으로 비볐을 때 가루가 아니라 얇게 묻어날 것. 셋째, 물에 띄웠을 때 위로 뜨는 입자의 비율이 고를 것. 세 번째가 가장 결정적이었습니다 — 거친 모래는 가라앉고, 안료로 쓸 만한 미립자는 천천히 가라앉거나 떠 내려갑니다.
황토를 고르는 일은, 결국 입자를 고르는 일이었다.
세 번째 날, 북한산 둘레길의 한 구간에서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흙을 만났습니다. 손으로 비볐을 때 얇게 묻어나고, 물에 띄웠을 때 위쪽이 오래 떠 있었습니다. 한 봉지 분량만 담아 돌아왔습니다. 채집은 그 자리를 훼손하지 않는 만큼만 — 이것은 화실의 첫 원칙입니다.
가공, 그리고 첫 번째 바탕색
가져온 흙은 그늘에서 말려 체로 쳤습니다. 남은 거친 입자는 다시 절구에 갈고, 다시 체로 쳤습니다. 세 번을 반복한 뒤, 가는 입자만 남았습니다. 여기에 아교 물을 섞어 캔버스에 올렸을 때, 비로소 ‘바탕색’이라 부를 수 있는 색이 나타났습니다.
SOL의 첫 번째 층은, 사흘을 걸어 찾은 한 봉지의 흙에서 시작되었다.
이 바탕색 위에 이후 29개의 층이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첫 층의 색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그 위의 모든 층은 다른 그림이 되었을 것입니다. 황토를 찾는 데 사흘을 쓴 것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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